휴학

휴학을 했다.

실습 1주차
 오랜만의 한국 병원에서의 실습이라, 게다가 중환자실이라니 잔뜩 긴장했다. 잘하고 싶고 또 외국에 다녀와서 뒤쳐졌다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열심히 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은 이유는 작년 성인 컨퍼에서 자존심이 너무 상했기 때문에 그 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었다. 첫 컨퍼에서 교수에서 극찬에 가까운 평을 들었다. 첫주는 이틀동안 3시간씩 자면서 준비를 했고, 컨퍼 날은 잔뜩 긴장해서 스트레스가 넘쳤다. 이때부터 위가 다시 않좋아지기 시작했다.

실습 2주차
 소화가 안되기 시작해서 동네에 있는 내과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 급한대로 죽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그래도 완벽한 식이조절도 힘들었고 소화제를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일반식도 먹었다. 소개를 받고 다른 내과에 가서 위 내시경을 받았다. 경미한 식도역류와 함께 위가 전체적으로 부어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습 3주차
 소화제를 먹으면 어느정도 소화가 되어서 주로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실습생활에 너무 지쳤지만 컨퍼런스 준비는 해야했고, 그래도 최대한 건강한 음식들을 먹고 외식도 일절 금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형이랑 여수에 다녀왔다.

실습 4주차
 실습생활에 지쳐서 무슨 정신으로 지냈는지 모르겠다. 집에오면 잠을 자기 바빴고 뭘 해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쉽게 들지 않았다. 실습중에 취업 병원들을 알아보면서 대형병원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이론수업 기간이 되면 적성공부, 자소서 작성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론 1주차
 주말에 형이 연락을 끊다시피하고 스트레스가 일요일에 극강에 치달았다. 학교에서 형을 봤지만 우울감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우울증이 극에 달해서 중학교 때 우울했던 시간들의 감정과 생각들이 플래시백처럼 나를 무너뜨렸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모바일로 상담도 받았다. 위는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져서 죽도 소화시키지 못했다. 밥을 먹다가 소화가 도통 되질 않아서 이때부터 죽을 먹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학교에서 먹으면 소화가 되질 않고 계속 신경이 쓰여서 일상생활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게 어색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몸이 않좋아서 그랬다는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내 몸상태에 집중하기에도 버거웠다. 사람들 얼굴도 쳐다보기 힘들었고 결국 목요일에 수업을 빠지고 교수님과 상담 후 소개받은 한방병원에 갔다. 멘토링과 체육대회도 빠졌다.

이론 2주차
 주말에 괜찮은 듯 싶었으나 한약까지 역류하는 바람에 우울증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주말 내내 살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으로 병원들을 물색했다. 우울증이 쉽게 걷히지 않았고, 학교생활도 힘들어졌고, 스스로 밥해먹기가 힘들만큼 기력이 쇠약해져갔다. 내가 너무 우울해하는 걸 알게된 엄마는 매우 걱정했고, 작은누나와도 전화통화를 했다.
 
 목요일 아침에 수업을 받으러 가서 7층까지 올라갔는데 공황장애처럼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취방에 돌아와 쉬고 있을 때 형이 와서 안아주었다. 펑펑 울었다. 다음날 검색해서 찾아낸 한방병원에 엄마와 함께 갔다. 조금 희망을 얻었다. 주말을 힘겹게 보내고 익산으로 가는데 몸이 너무나 않좋았다. 다음날 학교에 갈 자신도 없어져 버렸다. 안쓰럽게 생각한 엄마가 나에게 휴학을 권유했다. 나도 휴학해야겠다고 바로 결정해버렸다. 4월 1일 만우절. 형이 자취방에 오기로 해놓고 못갈거 같다고 집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 나는 전화로 휴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을 전했고 형이 집에 들어왔다. 형을 붙잡고 또 엉엉 울어버렸다.

이론 3주차
 교수님과 상담 후 휴학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것을 뒤로하고 일년 휴학을 앞두게 되었다. 지금 한방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요가를 시작했고, 모던패밀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소화는 아직도 더디지만 길게 치료기간을 생각하고 희망을 가지고 지내고 있다.

 휴학을 한다고 많은 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사람들의 진심어린 걱정과 격려들이 나를 감싸주었다. 그래도 나는 어느새 또 샛길로 인생이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 이렇게. 슬프지만 희망적인 상황이다. 행복한 구름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따라다니는 법이다. 이제 또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는 중이다.

내가 되었으면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난다. 그게 지금 내 머릿속 아니 마음에 들어 앉아있는 감정이다.형에게 만큼은 감정이 앞선다. 그 어느 순간에도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나인데, 형에게만은 예외이다. 걱정이 되어 마음이 답답하고 소화도 되지않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안도하게 되면 또 금방이라도 눈물을 왈칵 쏟아버릴 것만 같다. 보지 말자는 그 말이 날 위해 하는 말임을... » 내용보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수건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냄새햇살가득한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어 놓을 때전기장판위로 극세사 이불 사이에 잔뜩 웅크리고 들어가 노트북하기재즈 피아노 혹은 우디앨런 영화퀴어 이슈카키색 혹은 갈색계란말이에 김치찌개 혹은 파김치표고버섯이 들어간 된장국낯선 장소의 바다내음 혹은 숲내음봄바람 (꽃가루 알러지와 함께하는 고통과 쾌락의 교차)홍상수 영화눈내리는 겨울에 ... » 내용보기

낯선 2018년의 일상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말로는 그렇게 쉽게 '동거' 라고 하면서... 막상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일을 그렇게 쉽게 '동거'라는 말로 함축하여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낯선표현인지 체감하고 있다. 다행히도 요리를 좋아해 즐겁게 장을 보고 자주 음식을 해먹었다. 연말에는 맛있는 스끼야끼를 (페낭 여행에서 마리코에게 ... » 내용보기

연애시대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걱정되고 보고싶은 마음부터가 사랑일까잠을 설칠 정도로 생각이 난다면 그건 사랑일까오랜 시간이 지나 뒤돌아봐도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면 그게 사랑이었을까그것은 사랑이었을까 » 내용보기